< AIR & ROLLING ROSES >
잭슨 심 개인전 (Jackson Shim solo exhibition)
2024년 3월 8일 (금) - 4월 28일 (일) ( 11: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7길 18-4,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전시 서문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전속 작가 잭슨심은 마침내 재현적인 붓질을 덜어내고 공기 속에 퍼진 장미꽃 향기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존재' 를 표현한 AIR & ROLLING ROSES 시리즈 신작 30여점을 발표한다. 성장하며 만난 뮤즈, 동경했던 것들의 이야기부터 캔버스위 반복해서 보이는 도식적 기호 RR(RICH & ROYAL)과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솔직한 욕망을 토대로 대중문화 속에서도 순수한 가치를 지닌 자전적 만화캐릭터를 선보인 알파벳 카드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와 발전을 보여왔고 또 사랑받아왔다. 악당, 핑크 에디션, 초합금 대백과같이 끊임없이 변주된 알파벳 카드 시리즈가 추구한 것은 아이들의 색칠공부 속 관념적인 아름다움의 발견이였다.
명료하게 캐릭터를 표현했던 초기 알파벳 카드 시리즈와 다르게 이번 신작에서는 관습적인 묘사가 사라지고 추상적인 요소가 남았다. 원초적 영감에서 비롯된 즉흥적이고 생생한 선들은 작가의 상념에 따라 공기 중을 유영하듯 흘러가 묵직한 덩어리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비현실적으로 길어지고 튀어나온 회화적 변형을 한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비로소 그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캐릭터였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맡은 향기에 뒤를 돌아 향의 근원을 찾아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공기, 향기와 같이 비가시적인 것을 구현하기 위해 이용한 추상 기법은 마치 인간에게 개척의 대상인 미시 세계의 관찰 기록처럼 보인다. 오래된 천 가죽에 묻은 얼룩, 뜨개 실을 마구 헝클어 놓은 듯한 선, 벽에 난 자잘한 균열같이 보이는 자동기술법(Automatism)적 필치들이 눈에 띈다. 작가는 수행하듯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세월의 흔적으로 얼룩진 느낌을 표현하였고 공기 중을 부유하는 향기 입자의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대중을 미학의 근원으로 삼아 자본주의의 긍정성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잭슨 심 작가는 관람자에게 작품 속 비유나 기호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탐색을 잠시 멈추고 우연히 꽃내음을 맡았을 때의 만족감처럼 작품의 아름다운 형태 자체를 감상하길 권한다. 심오한 의미보다 형상 그 자체로 사랑받기를 원하는 작가로서 원초적인 소망인 것이다. 작가가 도달하고자 하는 작품 세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AIR & ROLLING ROSES가 점점 더 잭슨심의 향기를 가득 머금어 가는 동안 이 익숙함과 낯섬이 혼재를 즐겨보길 바란다.
Exhibition Preface
LUV Contemporary Art proudly presents a new collection by their exculsive artist Jackson Shim, featuring 30 new artworks from his latest series, "AIR & ROLLING ROSES." In this series, Shim explores the elusive concept of 'presence'—a sensation that is felt rather than seen, akin to the residual fragrance of roses lingering in the air.
Drawing inspiration from his childhood—ranging from admired objects to tales of muses, to the autobiographical cartoon characters of the Alphabet Card series—Shim's work embodies a unique blend of childlike innocence and the candid desires driven by capitalism. This duality is symbolized through recurrent motifs, such as "RR" (RICH & ROYAL), showcasing Shim's evolving artistic narrative that has captured the hearts of the public. The Alphabet Card series, with its variations like the Villains, Pink editions, and Superalloy Encyclopedias, delves into the conceptual beauty found within children's coloring books.
While the initial Alphabet Card series presented characters in a distinct manner, Shim's latest pieces diverge into abstraction, moving away from conventional portrayals. These works are characterized by spontaneous, vivid lines that seem to dance through the air, transforming under the artist's contemplative gaze into tangible forms. It is through stepping back and observing these surreal shapes that viewers may recognize the silhouettes of familiar characters.
Jackson Shim's abstract techniques, aimed at depicting intangible elements like air and scent, echo the human quest to document the microscopic world. Details such as the stain on worn leather, lines reminiscent of entangled yarn, and strokes of automatism akin to minute wall cracks, draws the viewer's attention. It is through meticulous repetition that the artist was able to capture the essence of time's passage, evoking the sensation of scent particles adrift in the air.
Shim, known for his exploration of the positive aspects of capitalism, invites viewers to experience art in a new light. Rather than searching for metaphorical or symbolic interpretations, he encourages appreciation of the artwork's form, much like the unexpected joy of encountering a floral fragrance. Shim desires recognition for the intrinsic beauty of his work, beyond its deeper meanings.
As "AIR & ROLLING ROSES" becomes infused with the artist's unique 'scent,' it marks the beginning of the artistic realm Jackson Shim aspires to create. We invite our viewers to embrace this fusion of the familiar and the novel, discovering their own connections within Shim's evocative creations.
AIR & ROLLING ROSES (에어 앤 롤링 로지스) 작가노트 2024.1.25
'AIR'가 의미하는 것은 공기처럼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을 뜻하며,
'ROLLING ROSES'는 떠다니는 장미꽃향기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가 느껴지는 것을 의미한다.
길을 걷다가 느껴지는 꽃내음 혹은 향기와도 같은 것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예전으로 돌아가, 나는 아이들의 색칠공부 속에서 추상적 아름다움을 발견하였으며 그것을 작품화했었던 것이 '알파벳 카드'시리즈였다. 알파벳 카드 작업을 하면서 이미 그다음 단계인 작업들을 구상했었는데, 그것은 캐릭터 도안의 테두리를 점차 없애며 점차적으로 추상적인 요소만 남겨놓자는 것이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얼핏 봐서는 추상화처럼 어떠한 도상이나 구상적인 요소가 보이지는 않으나 '무언가가 느껴진다'에 이를 수 있는 첫 번째 결과가 이번 작품들이며, 굳이 단계를 나누자면 1단계의 표현이다.
그리고 앞으로 점차 단계를 높여가며 기존 도상의 흔적들을 '차츰차츰' 기억이 지워지듯 지워내려고 한다.
이 '차츰차츰’의 단계를 무시했던 처음 작업물이 나왔을 때는 현재 작업보다 더욱 몽환적인 형상에 가깝고 의도에는 부합하였으나, 여름에서 겨울로 급작스럽게 변해버린 날씨처럼 혼란스러움을 줄 것도 같았다.
나는 다시 '덜 변함'의 단계로 돌아와 재작업을 시작했다. 여러 향기가 느껴지듯 몇 가지 분류로 구분해서 작업했다. 강한 스킨 향, 순하고 달콤한 향, 익숙한 향 등.. 이랄까.
추후 앞으로 단계를 거칠수록 이 모든 향은 서로를 닮아가며 나의 자아와 닮은 향기와도 같은 화풍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1단계의 작업들은 '추상'이라고 하기엔 기존 도상의 형태들이 드러나 있고, 이미 공식화된 추상화들의 기법들을 변형 없이 그대로 녹였지만 지금 이대로가 1단계로서의 최선의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아직 낯익은 교착상태'에 만족한다.
이번 시리즈들은 내적으로 담고 있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저 '한 걸음 발전' 하기 위한 작가로서의 흔한 실험들 중 하나이며, 내 나름대로 '나의 그다음'을 정의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내지는 않았지만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걸 만들어 내는 것' 만으로도 벌써부터 이번 시리즈를 빨리 벽에 걸고 보여주고 싶을만한 결과가 나온 작업이었다.
위 모든 말들을 제쳐두고, 내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여전히 듣고 싶은 말은 "작품 의미 그런 거 모르겠고, 갖고 싶을 만큼 이뻐!"
고민은 작가가 하는 거고 관객은 그저 즐기면 그만이다.
The term 'AIR' signifies abstract elements that are not visible, while 'ROLLING ROSES' refers to sensing the presence of something invisible, such as the scent of rose drifting in the air. I hoped to capture and visualize the sensation of encountering a particular scent or fragrance while strolling along a path.
In the past, I discovered abstract beauty within children's coloring activities and translated it into art through the 'Alphabet Card' series. As I worked on the Alphabet Cards, I was already envisioning subsequent steps, with the aim of gradually eliminating the boundaries of character designs, leaving behind only abstract elements.
Although these works may not immediately exhibit figurative or abstract elements resembling abstraction, they evoke a sense of 'something felt,' representing the initial stage, if I may categorize them as such. Moving forward, I intend to elevate the process gradually, by erasing the existing figurative elements in a gradual manner, like how memories fade away. The earlier artworks that ignored this 'gradual' process leaned more towards surreal shapes thus aligning with my intent, but they resulted in confusion and felt rather abrupt, like a sudden shift of weather from summer to winter.
Thus, I returned to a stage of 'less change' and started over again. I categorized my works based on various scents: strong aftershave scents, gentle and sweet scents, familiar scents, and so forth. I believe that as I progress through subsequent stages, these scents will blend into one another, evolving into a style akin to my essence and the scents I resemble.
While the works of this initial stage reveal forms of existing figurative elements to categorize them as 'abstract' and retain the techniques of established abstraction without modification, nonetheless, I believe this current state is the optimal expression of the first stage, and I am satisfied with the 'still familiar impasse.'
There is no inherent special meaning within the series. They simply represent one of the many experiments as an artist striving to 'move forward,' each piece defining 'my next step' in my own unique way. While they may not carry profound significance, having ‘created something more beautiful than yesterday’ is progress and a good enough reason to eagerly want to show my work.
Setting aside everything said before, what I really hope the viewers feel is this: "I don’t get what it means, but it's so beautiful that I want it!" Contemplation is for the artist and the viewers should simply enjoy the experience.
2024.1.25 Jackson Shim
작업 방식에 관한 노트
지난 알파벳 카드 시리즈의 작업과정 중 '비어있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리드'를 사용하였다면,
이번 시리즈 'Air & Rolling Roses'는 '공기'라는 비워져있는 것을 주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드를 사용하는 것 이상의 작업방식을 찾아봐야 했다.
작품의 여백 조차도 무언가의 물성으로 가득 차있는 '느낌'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 '느낌'이란것은, 마치 공기 중에 떠있는 보이지 않는 산소 질소 등을 동반한 부유물 혹은 향기들 그리고 가시광선 또한 떠다니는 각종 전파 등이 있는 듯한 바로 그 '느낌'이다.
나는 그 느낌을 표현하는 해답을 오래된 천가죽에서 찾았다.
세월의 흔적으로써 때가 묻고 얼룩이 지고 닦으려해도 더이상 닦이지 않는 여러겹의 얼룩짐을 좀 더 아름답게 가공할 수만 있다면, 그 '느낌'이란것에 가까워 질 것 같았다.
긴 세월동안 캔버스가 겪어야했을 과정을 나는 단 며칠로 압축하여 캔버스에 표현하기 위해 나는 반복적으로 캔버스에 얼룩을 내고 다시 닦아내고 다시 얼룩을 입히는 수행작업을 반복했다.
나는 수행에 가까운 작업을 즐기는 작가는 아니지만 이번 시리즈 만큼은 표현의 완성도를 위해 기꺼이 참아냈다. 정확히는 참아낼 수 있을만큼 만족스러웠다.
그 얼룩의 색을 내기위해 흙을 물에 풀어도 보고 커피를 써볼까도 생각했지만 일반 염료 외 물질을 쓰는것은 내게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였다. 캔버스 요철의 작은 틈으로 작은 입자 형태가 얼룩진 때처럼 흩흩하게 번져 보여야만 했다.
나는 그 완벽한 물질과 배합비율 그리고 그 물질이 적당히 응고되는 시점과 그 것을 닦아내는 탁월한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관람객의 상상을 위해 신비롭게 감춰서 남겨두기로 했다.
또한 이번 작품들은 기존 처럼 액자에 봉인하지 않고 전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뭔가 허전하다고 느낀 나는 작품의 앳지 부분을 더욱 강한 자국을 내는 것으로써 프레임 효과가 나도록 작업했다.
In my previous Alphabet Card series, I employed a 'grid' method to portray the concept of 'empty space.' However, for the 'Air & Rolling Roses' series, which revolves around the theme of 'air,' I found it necessary to explore methods beyond grids. How could I convey the ‘feeling’ or ‘sense’ of a space that is 'filled with something' even in the whitespaces of the artwork?
That elusive sensation is similar to the unseen presence of oxygen, nitrogen, floating particles, fragrances, and even rays of light traversing through the air - the ‘feeling’ of its presence. I found the solution to portraying this sensation in aged canvases. By refining and enhancing the multiple layers of stains and marks, remnants of time that stubbornly resist fading despite attempts to clean them, I felt I could capture that elusive 'feeling' more closely.
In an effort to condense the extensive aging process of canvas, which typically occurs over many years, into just a few days of work, I repetitively stained and wiped the canvas, almost like a ritualistic practice. While I am not particularly fond of tasks resembling rituals, for this series, I willingly endured them in order to perfect the work. And I found gratification in enduring them to the best of my ability.
I contemplated using soil dissolved in water or even coffee to achieve the colors of these stains, but using substances other than regular dyes didn't sit quite right with me. The particles needed to scatter and spread like a smudge or stain through the tiny crevices of the canvas texture.
After much experimentation, I found the perfect materials, optimal mixing ratios, the ideal point of solidification, and an effective method for wiping them away. However, I chose to keep these methods in mystery and leave it to the imagination of the viewers. Additionally, unlike my previous works, I opted not to frame the artworks for the exhibition. However, feeling it lacked something I enhanced the edges of the pieces to create a framing effect instead.
참가자 : 449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