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정보
-전시 제목: 잭슨 심 개인전 《80》
-전시 기간: 2025.4.19 (토) – 2025.6.1 (일)
-관람 시간: 11:00 – 18:00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7길 18-4)


FOREWORD
러브컨템포러리아트는 전속작가 잭슨 심의 개인전 《80》을 2025년 4월 19일(토)부터 6월 1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알파벳 카드’ 시리즈의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며, 80호 캔버스 포맷을 처음 도입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전시 제목 《80》은 이러한 새로운 형식적 변화에서 출발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 속에 자리한 만화 속 캐릭터들이 마치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듯 극대화되어, 대형 알파벳 카드 형태로 재탄생한 캔버스 위에 안착한다. 그간 다양한 주제와 형식적 변주를 통해 시리즈의 조형적 세계를 확장해온 잭슨 심은, 이번 전시를 통해 2년 만에 다시 ‘알파벳 카드’ 시리즈를 공식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인다.
‘알파벳 카드’ 시리즈는 작가의 어린 딸의 색칠놀이를 하던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알파벳 학습에 사용하는 낱말 카드를 모티브로 삼아, 대중문화 속 캐릭터 위에 강렬한 붓질과 회화적 제스처를 더하여 작가 고유의 시각언어가 형성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법한 캐릭터들이 화면 중앙에 등장하지만, 이 이미지들은 단정하거나 정제되어 있지 않다. 그 위로 붓질은 흘러넘치고, 기호와 상징은 규칙 없이 흩뿌려진다. 강렬한 색의 덩어리가 겹쳐지며,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거칠게 마티에르를 쌓아올린다. 붓의 흐름은 리듬감 있게 겹쳐지고 교차하면서 생동감있는 에너지를 완성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래전 기억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존재들이 화면 위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잭슨 심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이들은 고유한 캐릭터성을 넘어, 풍부한 표정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처럼 잭슨 심의 회화는 한 장의 ‘추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지켜내기 위해 계속해서 그려나가는 감정의 움직임에 가깝다.
그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사랑’에서 출발한다. 대중의 공감과 애정을 갈망하는 예술가로서의 마음과, 딸을 향한 깊은 애정이 화폭 위에 겹겹이 축적된다. 천진한 동심, 회화적 본능, 그리고 대중적 상징들은 하나의 레이어를 이루며 인간 내면의 본질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정서적 흐름은 텍스트와 기호를 통해 시각화된다. ’RR(RICH & ROYAL)’, ‘$’ 같은 반복되는 기호는 현대 사회 속 작가의 욕망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자본주의의 상징 기호들과 어린아이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듯한 자유로운 표현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하며, 소년성과 어른됨, 동심과 자본주의, 섬세함과 거침없음이 얽힌 세계를 그려낸다.
2021년 ‘알파벳 카드’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확립한 이후, 잭슨 심은 약 2년간 보다 근본적인 회화의 본질을 탐색해왔다. 2024년 개인전 《Air Rolling Roses》와 《3 Palettes》에서는 색채와 언어가 뒤섞이는 다층적인 화면 속에서 순수한 감각의 언어를 탐구했다. 키치한 이미지와 강렬한 색채로 기억되는 초기 작업과 달리, 이 시기의 작품들은 더 느슨하면서도 깊은 회화적 사고의 흐름 안에서 반복해서 쌓아올리는 수행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간의 추상적 실험을 지나 다시 ‘알파벳 카드’ 시리즈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지만, 이는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그 안에는 지난 추상적 탐색이 스며 있으며, 작가는 여전히 새로운 회화적 가능성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잭슨 심은 동심이라는 본질적 감수성과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상징성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며, 역설적인 조화를 만들어낸다. 가장 순수한 시선과, 그것을 지켜내려는 현실적인 감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그는,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도 예술을 통해 대중에게 울림을 전하고 소년의 마음을 지켜나가기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알파벳카드 속의 숨겨진 비밀노트 The Alphabet Code
오랜만에 다시 선보이게 된 알파벳 카드 전시회를 기념하여, 이번에는 특별히 재미있는 비하인드를 공개해보기로 했다.
시리즈마다 반복적으로 동일한 요소가 들어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일정한 수치를 기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 부분은 가로 몇 cm, 이 부분은 세로 몇 cm, 저 부분은 몇 cm를 띄운 후 가로 몇 × 세로 몇…”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많아질수록 모든 수치를 일일이 외우는 건 꽤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바로, 나의 신체 일부를 ‘작품 속 요소의 규격’으로 활용하는 것.
예를 들면, “이 부분은 내 손바닥 한 뼘”, “이 부분은 둘째 손가락 두 마디”, “저 부분은 팔꿈치에서 손목까지” 등.
이렇게 나의 신체를 기준 삼아 정해 놓으면 자가 없어도 동일한 규격을 쉽게 다시 그려 넣을 수 있다.
이번 알파벳 카드 시리즈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했으며, 그중 일부를 공개해본다.
1. 알파벳 카드 속 배경 그리드의 간격은 나의 손바닥 한 뼘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2. 우측 상단의 작은 ‘X’ 박스는 나의 새끼손가락 길이와 동일하다.
3. 하단 작가 서명이 시작되는 위치는, 오른쪽에서 손바닥 한 뼘을 띄운 후 서명을 한 지점이다.
4. 임의의 수치를 정해야 할 경우, 나는1, 4, 14 3가지의 숫자 중 하나를 고르는데, 그 이유는 나의 생일이 1월 4일이기 때문이다.
5. 위 세 숫자(1,4,14)를 활용하여 정한 것들 중 하나는, 알파벳 카드의 배경색이다. 겉으로 보기엔100% 화이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1%의의 다른 색을 넣어서 조색한 특별한 화이트를 사용한다.
6. 같은 방식으로 정한 또 다른 예는 배경색을 칠하는 횟수. 초기작(2021년까지)은 4회, 2023년도에는 14회, 2024년도에는 다시 두껍게 4회로 칠해
캔버스의 요철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마감하였다. (이 횟수 역시 수치화하여 통일성을 유지한다.)
7. 보이지 않는 요소 중 하나는, 내 엄지손가락 지문을 4곳에 찍어둔 것. 알파벳 카드 작품 속에, 캔버스 어딘가에 숨어 있다.
8. 8가지 항목들 중 1가지는 거짓이다.
사실 이 외에도 더 중요한 몇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그건 훗날 위작이 등장할지도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나만 알아볼 수 있도록 숨겨둔 비밀 코드이므로
아쉽지만 이 자리에서는 밝히지 않기로 한다. 😏


소년성의 온기와 자본의 아이러니 — 작가 잭슨 심과 함께한 7년의 여정
러브컨템포러리아트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잭슨 심과 함께 호흡해왔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의 성실함이 만들어낸 결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고, 그의 순수함은 시간 속에서 단단해졌으며, 그의 내면은 작업만큼이나 언제나 충실했습니다. 새로운 전시를 준비할 때마다 그는 늘 실험적인 태도로 임했고, 어떤 흐름에도 안주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알파벳 카드’ 시리즈 역시 그러한 끊임없는 시도의 결실 중 하나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가 그간 도전해온 수많은 시도들 가운데, 대중과 가장 깊이 호흡하며 사랑받아온 시리즈에 다시 초점을 맞춘 자리입니다. 그는 단순히 귀엽고 친숙한 캐릭터를 회화에 옮겨놓으려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딸과의 일상, 그리고 예술가로서 지켜내고자 했던 진심이 있습니다. 알파벳 카드 시리즈는 오늘날의 잭슨 심이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많은 공감과 반향을 이끌어낸 상징적인 연작입니다. 그럼에도 잭슨 심은 지금도 여전히 실험합니다. 그는 이미 알파벳 카드 시리즈를 넘어 추상 회화의 영역까지 손을 뻗으며 회화의 확장성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늘 소년성과 사랑 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축이 존재합니다.
이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대중적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작가의 고백과 아이러니한 통찰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소년의 감성을 잃지 않기 위해, 그는 캔버스 위에서 고군분투했고, 자본의 논리마저 자신의 언어로 끌어안았습니다. 화면 위에 반복되는 ‘R’, ‘RR(RICH & ROYAL)’, ‘$’는 이 세계의 자본적 상징이자, 동심을 지키기 위한 역설적인 방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본은 때로는 동심을 위협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지켜내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잭슨 심은 이 양면성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소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른의 논리를 이해해야 하고, 순수함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세계를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속에는 언제나 소년성의 온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온기는 누구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감정을 다시금 불러오며, 관람자에게 "당신의 내면에도 여전히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속삭임을 건넵니다. 그리하여 그의 작업은 단순한 팝 이미지의 재현을 넘어서, 동시대 미술 안에서 가장 순수하고,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회화적 자기고백인 것입니다.
그의 회화를 오래 사랑해온 관객들이라면, 이번 전시에서 그가 얼마나 멀리 나아갔는지,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도 얼마나 한결같은 온기를 지켜내고 있는지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작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온 갤러리스트로서 저는 앞으로도 그의 창작 여정에 변함없는 믿음과 지지를 보내며, 그곁에서 묵묵히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잭슨 심이라는 이름이 가진 감수성을 이번 전시를 통해 여러분도 함께 느끼고, 기꺼이 동행해주시길 바랍니다.
러브컨템포러리아트 갤러리 대표 임규향




문의처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전화: 02-6263-1020 (상담 : 11:00 – 18:00, 월, 공휴일 휴무)
이메일: luvcontempoar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