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심 개인전 < 3 PALETTE >
[전시 정보]
- 전시 제목 : < 3 PALETTE >
- 전시 작가 : 잭슨 심 (Jackson Shim)
- 전시 기간 : 2024년 10/25(금) -12/8(일) (관람 시간 : 11:00 - 18:00, 월 휴관)
- 전시 장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7길 18-4,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전시 서문]
러브컨템포러리아트는 전속 작가 잭슨 심의 개인전 < 3 PALETTE >를 개최하며 새로운 시리즈의 신작 20 여점을 발표한다. 동시대를 반영하는 메시지들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순수예술을 대중예술로 승화시켜 온 잭슨 심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적 영역을 탐구하며 매 전시마다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작가는 영감의 원천인 어린 딸에게서 미술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아이와 함께한 색칠놀이에서 여러 색깔들이 서로 뒤섞이며 만들어낸 우연적 형태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을 ’PALETTE’ 시리즈로 탄생시켰다.
잭슨 심은 서로 다른 색깔이 섞이며 변화한 흔적을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았다. 물감의 뭉친 자국과 자유롭게 흐르며 섞인 색채의 모습은 미술 도구인 팔레트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도구와 작품 사이의 반전을 꾀하며 세 가지 다른 형식을 선보이는데 물감들이 흘러내리고 엉키며 섞인 우연적인 효과와 작가의 본능적 감각이 만들어낸 역동적인 마티에르(matière)가 돋보인다.
작가는 관객에게 철학적 통찰이나 해석을 요구하기보다 심미적 구성에 몰입하여 점차 서정적인 추상 형태로 접근한다. 강렬한 색채와 즉흥적인 선으로 재해석되었던 대중문화 속 만화 캐릭터들이 <Air and Rolling Roses >에서 공기 중에 향기처럼 퍼져 나가다가, <PALETTE>에서 마침내 캐릭터를 인식하게 하는 최소한의 형태마저 지워내며 색으로 환원된다.
단어와 색이름을 조합하여 만든 텍스트 위에 작가가 관찰한 실제 세상의 색을 옮겨 놓은 형식에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담겨 있다. 작가는 눈으로 본 사물을 캔버스 위에 색상으로 재현하며 우리가 인식하는 실제와 색 사이의 관념을 전복시킨다. 여기서 우리는 물체의 색을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음을 발견한다. 사과는 빨갛고 우유는 흰색이라는 사회적으로 약속된 색의 정의가 단순화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본질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게 된다.
작가는 대중을 미학의 근원으로 하여 자본주의의 긍정성을 유쾌하게 풀어왔다. 잭슨심의 솔직한 욕망과 뮤즈, 소년의 순수성이라는 코드가 물감이라는 본질로 회귀했지만 우리는 이 황홀한 색의 흐름 안에서 우리가 사랑한 동심 속 존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잭슨 심의 팔레트를 본 관객들은 자신의 본질과 갈망이 무엇인지 상기하며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길 바란다.
[작가 노트]
지난 몇 년간, 나의 어린 딸이 미술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관찰하며 새로운 영감을 받아왔다. 거침없는 순수함은 나에게 언제나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5살이었던 딸아이의 색칠공부 놀이는 알파벳 카드 시리즈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영감의 원천이었고, 지금 6살이 된 딸은 물감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며 나와 시간을 보낸다. 특히, 서로 다른 색깔의 물감이 섞여 색깔이 변하는 과정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나의 딸은, 이내 자신의 스케치북 위에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차례로 짜놓고 섞어가며 그림을 그린다.
나는 딸아이가 스케치북에 가지런하게 짜놓은 물감의 형상에 주목했다. 스케치북을 팔레트로 사용한 흔적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였으며 기하학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마법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곧바로 큰 캔버스로 재현했고,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시도였다. 그러나 그 시도는 머지않아 기하학 추상화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벽을 넘지 못했고, 나는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팔레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팔레트 안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을 각기 다른 이름의 작업들로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인위적으로 팔레트의 물감을 섞은 형상, 수채화 물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흐르고 엉키며 섞인 형상 그리고 딸과 물감놀이를 하며 새로운 색깔들에 이름을 붙여주었던 아빠와의 물감놀이의 일부를 작품으로 옮기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딸이 만들었던 ‘바나나 옐로’라던지, ‘죠스 블루’ 같은 딸아이가 이름 붙여 주었던 색깔들을 그대로 캔버스로 옮겨졌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그 자체로 창작과정을 담아내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작품 스스로가 탄생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나의 작품들은 딸아이의 성장과 함께 해왔으며, 동시에 나의 아빠로서의 성장 과정도 담겨있다. 이번 팔레트 시리즈는 내가 딸아이를 그림놀이를 관찰하며 경험하고 있는 현재를 보여주는 작업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