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from bit>
강동호 개인전
2021. 02. 26 (금) - 03. 17 (수)
러브 컨템포러리 아트는 감각적이고 팝적인 색채 감수성을 보여주는 강동호 작가의 11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확장성과 자유로움을 가졌던 이전 시리즈와 다소 구별되는 입체주의적 형태를 한 15점의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It from bit> 전시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명은 오랫동안 존재해왔지만 그것이 시작된 최초의 지점은 어디일까? 하는 원초적인 의문에서 시작한다. 작가의 존재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은 우리 삶이 정해진 일종의 룰 속에서 짜인 가상세계와 같아 컴퓨터 시스템과의 공통점을 갖는다는 결론에 귀결했다. 인간의 삶이 컴퓨터 시스템과 같다면 우리의 존재는 컴퓨터의 가장 작은 정보 단위를 뜻하는 덩어리인 ‘비트’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은 각각 자신의 경험, 생각 등에 따라 일종의 덩어리를 이루고 그 크기는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없는 차원의 것이므로 객관적으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덩어리가 모여 더 나 , 사회, 세상 그리고 우주를 형성하여 작가 스스로가 비트이며 비트로부터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한다.
강동호 작가는 이처럼 우주와 인간에 대한 통찰을 밝은 생명력을 지닌 그림으로 승화시켜놓는다. 계획 없이 자유롭게 연상하는 자동기술법의 방식을 추구하는 각 회화들은 서로를 참조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엉뚱한 초현실적인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깊은 통찰을 요구하는 사유 속에서도 밝고 화려한 색채와 자유로운 상상적 표현은
우리에게 순수한 시각적 쾌감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Director 임규향
Assistant curator 구슬
Designed by 황유진
it from bit 03, 53x45 cm, Acrylic on canvas, 2021
it from bit 06, 72x60 cm, Acrylic on canvas, 2021
강동호 작가노트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내면의 어떤 것이 하나의 결정체로 응집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 질문은 점점 선명해져 갔다. 지금의 내가 나를 만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엄마 뱃속에 작은 세포였던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되었을까. 육체를 만나기 전, 의식은 어쩌면 그 이전에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의식은 우주 어딘가를 떠돌다가 모든 것을 잊은 채 다시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일까. 작업을 이어갈수록 답을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시작을 찾아가면, 그곳에 또 다른 시작점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온전한 전체, 전체는 하나의 시작점과 같았다. 이런 생각의 여정은 꼬리를 삼킨 뱀처럼 이어졌다.
it from bit. 블랙홀과 웜홀에 이름을 붙인 미국의 물리학자 존 아치볼트 휠러는 “존재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질문에 “it from bit(비트에서 존재로)”라고 말했다. 여기서 비트는 정보를 상징하는 말로 컴퓨터 이용 정보량의 최소 단위를 뜻한다. 우주를 연구하던 그는 존재의 근원을 정보라고 보았던 것이다. 나는 ‘비트’라는 단어를 보고 수많은 이진법 숫자로 이루어진 컴퓨터 가상세계를 떠올렸다. 주변에서 어떤 상황을 맞닥뜨릴 때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이미 정해져 있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마치 누군가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세상은 복잡하다. 수많은 변수를 처리하기 위해 알 수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시스템 안에서 그것을 성실히 유지해 나간다. 그 덕분에 세상은 잘 돌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계획된 시스템의 산물, 정교하게 짜인 프로그램에 수렴한 결과 값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세상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 싶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나와 우리의 정신과 생각, 경험들, 무작위로 스쳐지나가는 관념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정리하고자 한 것이다. 그 덩어리들은 어디선가 시작된 작은 세포의 덩어리 일 수도, 비트의 덩어리 일수도 있다. 나는 그것들을 ‘결정체’라고 부른다. 결정체는 사람과 인간, 자연이 섞인 형태이기도 하고, 미래 사람을 닮은 모습이기도 하다. 그것은 하나의 생명, 근원, 비트이다.
나의 몸과 정신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물성을 이루고, 존재를 이루고, 사회를 이루고, 우리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아주 큰 덩어리 또는 아주 작은 덩어리로 살아간다. 우리는 하나이면서 동시에 출구를 찾는 각각의 자유의지가 있는 또 다른 덩어리 인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존재를 끌어당기기도, 그 안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스스로 비트이며, 비트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it from bit.
<강동호 개인전 : it from bit>
▶전시기간 : 2021. 02. 26 (금) - 03. 17 (수)
▶관람시간 : 01:00 – 07:00 pm (월요일 휴관)
▶주소 :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22-31
*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세요.
* 전시문의는 아래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문의주세요.
*온라인 작품구매는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서 가능합니다.
http://smartstore.naver.com/luvcontemporary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