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CS
JACKSON SHIM's ARTIST STATEMENT
에어플레인 시리즈의 막바지 작업을 할 때 쯤, 머리속에선 이미 다음 시리즈인 '코믹스'를 구상하고 있었다.
에어플레인 시리즈에서 부주제로 그려넣었던 아톰(ASTRO BOY)에서 다시 느꼈던 만화속 영웅들을
마주한 설레임을 주제로 하고 싶었다.
동화 속 결말 따위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깨달아버린 어른이 되었지만,
우린 여전히 어린 꼬마 친구들에게 만화 속 완벽한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들의 마음 속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면, 만약 그들이 또 다시 우리를 위해 또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건 어떤 이야기일까?
우리가 기억하는 어릴 적 동화속의 결말들, 그 말미에는 늘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문장을 모티브로 삼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오래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 밖의 또 다른 결말'에 대해 내가 마음껏 상상하는 것으로 큰 작업 방향을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이베이닷컴에서 거래되는 가장 오래된 만화책중 내가 태어난 시기에 발매되었던 만화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원작의 결말이 어떻게 끝이 났는가에 대해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나와 거의 비슷한 해에 발매된 뽀빠이 만화책의 마지막장을 펼쳤고, 꽤 당황스러운 장면을 마주했다.
어릴 적 악당으로 기억하고 있는 부자 악당의 식당에서 그가 서빙을 하고 있는 듯한 장면이였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멋진 주인공이었는데..
슬프지만 어쩌면 이것이 가장 자본주의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간 결말일 수도.. '
내가 원하는 작품의 방향이 이미 오래전 만화속에 실제하고 있었다니.. 나는 흥분되었다.
내가 어릴적 봤던건 어쩌면 어린이버젼으로 각색된 결말일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뽀빠이의 마지막 장면을 일단 작품 '1번'으로 '그대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코믹스 1번이 만들어졌다.
이후 2번 작품부터는 실제하지 않는 결말을 만들었다.
스머프가 사상을 바꾼다거나 혹은 가가멜이 자산가가 되었다거나
아기코끼리 덤보가 물류회사에 취직이 되었다거나.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결말은 모두 작업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든 작품들을 작업실 한켠에 한줄로 쭉 늘어놓고는 그림들을 바라보니 의외로
꽤 흐뭇한 구석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만든 결말이 순수한 결말로 기억하고자 했던 이들에게 동심파괴를
하는 것이 아닐까란 미안함도 공존했다.하지만 오히려 동화속 주인공들이 현실적으로 오래오래 살아가고 있는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림들을 바라보며 난 생각했다.
'우리는 어쩌면 현실에 없는 동화 속 결말을 닮으려 애쓰고 있는게 아닐까?'
코믹스를 작업하면서 '더욱 회화적이어야 한다'는 나만의 작업 전제 조건이 있었다.
작품의 메세지가 무엇이건 간 기존 캐릭터의 일러스트적인 느낌을 그대로 쓰기는 싫었다.
오히려 일러스트적인 요소이기에 더욱 회화적으로 표현해야 이것이 작품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코믹스 시리즈가 나의 모든 시리즈들 중에서 가장 회화적인 기법으로 표현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갖다 썼다는 날 선 비판도 받기 싫었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하기도 싫었다.
그리고 그런 코믹스는 예상대로 대박을 쳤다.